갱신땜빵

갱신땜빵 423번째..

blacksavior 2023. 8. 24. 00:07

오웰

마지막 에피소드는 굉장히 아쉽네요.

용두사미라는 느낌이랄까 획득할수 있는 단서를 제한해 버리니까 뭐가 뭔지도 모르고 끝나버렸습니다.

근데 거기서 끝났으면 2회차라도 도전해볼까 싶은데 마지막에 가서 진범이 내가 진범임. 하고 떠들어버려서.. 추리물에서 금기시되는 진범 스포일러를 게임자체에서 누설해버리는 바람에 더 할 의욕도 안나서 그냥 끝냈어요.

 

아래는 스포일러 감상.. 스포일러라 흰색처리했어요.

 

일단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제를 전파하는데 실패했다는겁니다.

 

오웰이라는 게임 제목은 조지오웰에서 따온건데 이 게임의 모티브가 조지오웰의 소설인 1984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중에선 오웰이라는 시스템과 보안법의 합작으로 이놈이 범죄자다 싶으면 감시 감청등 일반적으로 다른 국가에서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걸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죠.

 

여기까지만 보면 이 국가 디스토피아구나 싶을텐데 어째 스토리가 영 묘하게 흘러갑니다.

 

일단 오웰의 시스템을 다루는 수사관은 2인 1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외부국가 사람으로만 뽑는 조사관과 내부국가 사람으로만 뽑는 수사관이라죠.

 

조사관이 감시감청을 통해 정보를 뽑아내면 그걸 바탕으로 수사관이 수사를 지휘하는 거죠.

 

근데 조사관으로 뽑힌 플레이어가 제일 처음으로 하는 일이 테러범을 잡고 추가테러를 막는 일입니다.

 

그렇게 선정된 첫번째 용의자는 사상이라는 단체 소속으로 과거 시위중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인간입니다.

 

근데 조사해보면 얘가 경찰죽인거 맞아요. 고로 철창행.

 

근데 첫번째 용의자는 테러범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타깃을 넓혀서 첫번째 용의자와 함께 과거에 시위를 했으며 테러범이 편지로 남긴 사상은 자유다와 연결되는 사상단체원들을 조사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조사하다보면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사상단체원이 더 있다는걸 알게 되고 진실만 말하자면 얘가 테러범 맞습니다.

 

결국 올바르게 테러범을 선정하면 3차테러를 막고 플레이어는 영웅으로 칭송받게 되죠.(물론 오웰이라는 시스템은 국가비밀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수사관이 칭찬해주는거지만요.)

 

이제 1, 2차 테러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3차테러까지 하려한 테러범의 정체를 알아내야 할 시간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 테러범이 예전에 군인이었고 무공훈장을 받을 정도의 영웅이었지만 전쟁터에서 같이 일하던 남편이 작전도중 숨지자 그 충격으로 탈영.. 결국 불명예 제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탈영은 범죄이기에 전과자 취급을 받고 있었고 보안법상 전과자의 전과 기록은 고용주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테러범이 전과자라는걸 아는 사장님들은 이 테러범을 고용해주질 않았죠.

 

결국 아들을 혼자 키우며 알바를 전전하던 테러범은 남편을 잃은 PTSD와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국가와 보안법에 대해 맹렬한 증오심을 품게 되었고 결국 테러를 일으키게 된겁니다.

 

근데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이 게임이 뭔가 잘못되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착해빠진 수사관은 테러범에게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하고 동정을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전형적인 가해자가 된 피해자에요.

 

아니 자기자식 소중한줄 알면 남의자식도 소중한걸 알아야지. 남의자식, 부모, 형제자매를 테러로 죽인주제에 자기는 그걸로 사회개혁해서 잘먹고 잘살아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으면 이거 사이코패스 아닌가요?

 

하다못해 자살폭탄테러라도 했으면 얘가 보안법때문에 궁지에 몰렸었구나 하고 생각할텐데 테러로 주목받아서 보안법이 문제라고 사회에 알린뒤에 보안법 폐지하면 정규직 고용되어서 돈많이 벌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걸 대체 무슨수로 공감하라는 건가요?

 

결국 공감못한 전 이 테러범이 극도로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테러범이 총을 가지고 도주할때 선량한 경찰과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무장했다는 사실도 바로 알려주었죠.

 

결과 총격전 끝에 테러범은 사망.

 

착해빠진 수사관은 자기가 판단을 잘못하지 않았다면 테러범이 안죽지 않았을까 하고 자책을 했지만 전 그냥 인과응보라는 생각밖에 안들더라고요.

 

여기까지 진행하면 갑자기 사상단체를 창설했던 자가 테러범에게 내가 폭탄을 준건 테러만 하라는 거였지 사람들까지 죽이라는건 아니었다는 메일을 보낸다죠.

 

예. 이 사건엔 배후가 따로 있었던겁니다.

 

결과 이 사상단체를 창설했던 자에 대해 조사하게 되죠.

 

그리고 이 사상단체를 창설했던 자는 이미 병으로 죽었으며 누군가 창설자를 사칭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내게 되었을때였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왠 해킹범이 하나 나대는데 처음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봤는데 이 해킹범이 사상단체원중 하나랑 접촉해서는  아직 민간에는 비밀이라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은 오웰 시스템에 대해 블라블라 해버리는 겁니다.

 

거기에 광분한 사상단체원에게 해킹범이 오웰시스템을 해킹한 자료를 넘기자 이 사상단체원은 이 해킹된 자료를 자기네 사상사이트에 그대로 올려버립니다.

 

이 해킹자료에는 지금까지 테러범의 심정에 공감하고 테러범이 죽었을때 자신의 탓이 아닌지 마음아파하던 선량한 수사관의 정보가 담겨있었는데 그걸 인터넷에 공개해버리니까 국가가 자신들을 감시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분노한 시민들이 떼거지로 몰려가서 수사관의 집을 테러해버립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이놈의 테러범집단은 이제 자신들이 얻은 오웰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국가를 전복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것들의 리더를 찾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근데 시간이 없어서 대부분의 초회차 유저는 여기서 실패할겁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실패한 뒤에 진범이 나타나 내가 진범임 하고 블라블라 해버리거든요.

 

진범은 일시적으로 오웰시스템을 해킹했는데 그 상태에서 플레이어인 조사관에게 접촉을 해옵니다.

 

오웰시스템은 잘못되었고 조사관 니가 신세를 조져가면서까지 그 사실을 밝혀내면 정의는 승리하고 오웰시스템은 폐기될거다 라는 제안을 건네오죠.

 

거기서 전 생각했습니다.

 

이 테러범집단이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하고.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수사관은 착했고 오웰시스템은 어디까지나 테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되었을뿐 추호도 민간인에 대한 감시나 감청을 함부로 자행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난 테러범의 주변인들도 좀 조사해보고 싶은데도 테러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극히 일부의 사람만을 조사할수 있었을뿐이에요.

 

오웰시스템에는 분명한 제어시스템이 있었고 그걸 좌지우지할수 있는 수사관과 조사관은 착했습니다.

 

오웰시스템에 제약이 없었다거나 수사관이나 조사관이 나빴다면 테러범들의 말도 일리가 있을텐데 게임내내 그랬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근데 이놈의 테러범집단들이 한 일을 보세요.

 

하나는 시위도중 두아이의 아버지이자 한가정의 가장인 경찰관의 머리를 깨부셔 죽여버렸고,

 

다른 하나는 폭탄테러로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이들을 살해했으며,

 

해킹범은 정부와 오웰시스템이 맘에 안든단 이유로 테러범에게까지 공감해주던 아무 잘못도 없는 선량한 수사관의 정보를 신상털이의 목적으로 빼내 갔고,

 

그걸 받은 놈은 수사관의 정보를 사이트에 개재해 선량한 수사관과 그 가족이 피해를 입게 만들었고,

 

마지막으로 진범은 이 모든걸 계획, 실행했습니다.

 

아니 이거 누가봐도 오웰측이 정의고 테러범측이 악 아닌가요?

 

그런데 조사관의 신세를 조져가면서까지 테러범들에게 협력하라고요?

 

해킹이 풀리자 전 주저없이 테러범의 정보를 오웰에 업로드했고 테러범들은 일망타진 당했습니다.

 

테러를 막아낸데 혁혁한 전과를 올린 오웰시스템은 공식적으로 정부시스템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테러를 막아낸 플레이어는 국가의 영웅취급을 받으며 시민권을 얻어 수사관이 되는 걸로 게임은 끝났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 랄까.. 아니 이거 말고 무슨 엔딩을 바라나요?

 

분명 오웰의 소설을 모티브로 했으면 디스토피아의 암울함을 전달해야 할텐데 오히려 반대로 오웰시스템의 장점만 전달하고 끝냈어요.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제를 전파하는데 실패했다는겁니다.

 

아니면 혹시 제작진측에서는 빅브라더에 대해 긍정적인지라 스토리를 이렇게 구상한 걸까요?

 

^^;;

 

피에스..

 

옛날 조알시절처럼 흰글처리되는거 좋네요.